삼성을 생각한다--에 나온 오디오 이야기 오디오

김용철 변호사가 쓴 책 "삼성을 생각한다"에 보면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의해 한 사업들 중, 실패한 오디오 사업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게 삼성이 개발한 하이엔드 오디오 '엠퍼러(Emperor)'다. '황제'라는 뜻에 걸맞게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금세 실패했다. 외국의 명품 스피커를 부러워했던 이건희의 지시로 개발된 제품이다. '엠퍼러' 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삼성은 세계적인 오디오 전문가 마크 래빈슨이 오래 전에 폐기한 회로도를 100억원 주고 사왔다. 하지만, 회로도가 있다고 해서 마크 래빈슨의 제품과 같은 수준의 오디오를 만들 수는 없었다. 명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부 부품 하나나나에 오랜 노하우가 담겨 있는 게 명품이다.

1997년 출시된 '엠퍼러' 스피커 가운데 '염가형' 제품 가격이 1000만원대였다. 무게는 100Kg였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당시, 국내에서 이런 제품을 살 사람은 흔치 않았다. 이런 스피커를 설치하려면, 집 규모가 적어도 70평은 돼야 한다. 30~40평대 아파트가 주를 이루는 한국 주택 현실에는 어울리지 않는 제품이다. 신생 브랜드라서 해외 수출도 쉽지 않다. 이런 고가 스피커를 살 만한 사람이라면, 신생 브랜드보다는 이미 검증된 제품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시장에서 실패한 '엠페러' 시리즈는 삼성 임직원들이 사들여야 했다.


당시 삼성이 만든 오디오 브랜드는 엠퍼러였고, 제품이 출시될 무렵을 전후해서 전국의 호텔을 순회하면서 발표를 했다. 내 기억으로 한 영국의 잡지에는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전자오븐)을 만드는 한국 회사가 전문 오디오에 진출을 했다고 기사를 썼다.

위에서 인용된 이야기 중 마크 래빈슨은 실제 사람이 아니라 지금은 하만인터내셔널에 흡수되어 한 사업부로 격하된 '마드리갈'이라는 회사의 브랜드다. Mark Levinson (마크 레빈슨이지 마크 래빈슨이 아니다)은 마크레빈슨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한 회사를 세웠지만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쫒겨나와 더 이상 마크레빈슨이라는 이름을 자신이 상업적 용도로는 쓰지 못하게 된 처지였으며 첼로라는 또 다른 오디오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삼성은 앰프는 "마크 레빈슨"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마드리갈로 부터 기술 지원을 받았고, (이 기술지원에 얼마를 썼는 지 나는 모른다.) 스피커는 당시에 신생업체지만 동계전자전을 통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헤일즈"로 부터 스피커를 제작해서 가져왔다.

실제 제품이 시장에 공개되자, 엠퍼러 앰프는 마크 레빈슨이 이미 팔고 있던 제품의 회로가 고스란히 들어간 것이 밝혀졌고, 스피커 역시 헤일즈가 팔고 있던 제품과 별 다른 것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말하자면 마드리갈과 헤이즈는 손 안대고 코 푼 장사를 한 격이었다. 게다가 헤일즈는 몇 년 후 곧 문을 닫았다. 그리고 이 엠퍼러에 들어갔던 것과 동일한 회로를 쓴 마크 레빈슨은 마크 레빈슨에서 만든 제품 중 가장 안 좋은 것으로 시장에서 평가받는 제품이다.

당시 오디오파일들에게서는 이 제품의 태생에 대해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다가 막상 이 제품이 출시를 시작할 무렵 외환위기가 터졌다. 이 사업은 곧 중지되었고, 기존에 만들어 놓았던 제품들은 임직원들에게 권장 소비자 가격의 1/4로 살 수 있도록 제안이 되었다. 삼성의 임직원이 아니더라도 나에게도 제안이 들어올 정도로 알음알음으로 판매 계획은 알려졌다. 제품의 가격이 매력적이었던지 제품들은 곧 처분이 되었다.

삼성이 왜 '엠퍼러' 사업에 실패하게 되었는 지에 대해서는 김용철 변호사의 의견에 나는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나의 의견이 어떻게 다른 지에 대해서는 따로 쓰겠다.

삼성은 '엠퍼러' 사업외에도 하이엔드오디오 사업에서 '럭스만'을 인수했다가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한 경우도 있고, AV리시버를 만들려고 막대한 돈을 들이고 시제품만 만들고 철수한 경우도 있다. 혹은 영상전문가를 고문으로 기용해 아주 좋은 프로젝터를 만들어 놓은 경우도 있다.

하이엔드 AV 사업에서 비디오는 성공하고 오디오는 죄다 실패했는데, 가까이서 지켜본 나로서는 그 실패한 이유에는 다들 공통점이 있다. 이것들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덧글

  • Criss 2010/02/20 17:57 # 답글

    마지막 문단에서 비디오는 성공하고가 아닌가 하네요.
    오디오의 실패 이유들 중에는,
    혹시나 애플과도 연관되어 있지 않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드는군요.
    다음 기회에 올려주시는 글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별아저씨 2010/02/20 20:48 #

    수정했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 세리자와 2010/02/21 00:02 # 답글

    마크 레빈슨씨에게는 오디오보다는 전수받을 것이 따로 있지요. -_-;; http://bit.ly/cSDZuc
  • 볼트 2010/02/21 11:30 # 답글

    다음 편이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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