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위기 II 세상

그저 보통의 시인은 주정뱅이처럼 술 취한 자에 불과하다.

그는 끝없는 안개속에 살며 명확히 보지도 판단하지도 못한다.

당신은 여러 과학에 정통하고 이성과 철학과 어느 정도의 수학적 두뇌를 갖추어야 한다.

완벽하고 뛰어난 시인이 되기 위해서는.

 

----존 드라이든, <모로코 여왕에 대한 관찰과 주석>---

 

인문학이 위기라고 부르짖는 보통의 학자도 되지 못하는 교수들에게 던져주고 싶은 말이다. 존 드라이든은 이미 17세기에 저런 글을 남겼다. "뛰어난 시인"이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소양이 저렇다면 뛰어난 인문학자가 갖추어야 할 소양은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할 지 짐작이 간다.

 

문학과 예술만이 교양이 아니다. 인간의 현재를 가능케 한 인류의 모든 위대한 지적 작업이 교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인문학계는 교양없는 자들이 넘쳐 흐른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를 "불가지론"으로 등가치환시켜 버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한국의 인문학계다. 아니 "불확정성원리"라도 입에 올리는 인문학계에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희안하기까지 한 것이 한국의 인문학계다.

 

물론 앨런 소칼의 "Fashionable Nonsense" 를 가지고 "지적 사기"로 번역하는 기막힌 " sense" 를 가진 우리나라의 인문 출판학 동네나 소칼이 뭐라고 말하는 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인문학과 과학을 대화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나누는 희안한 sense를 가진 인문학자들만이 존재하는 한국의 학계의 현실에서는 드라이든이 말하는 "조건"을 갖출만한 인문학자나 인문학 출판사를 찾기는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 주위에는 "나이가 들수록 지어낸 이야기보다는 통계수치같은 실제가 더 재미있고 심지어 감동적이다"라고 하는 멋진 시인이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기도 하다.

 

별아저씨



덧글

  • cherub 2008/05/25 06:59 # 답글

    안녕하세요, 링크 한것 신고합니다. 사실 제법 오래전부터 글들을 보고 있었는데 (게다가 가우스-보네 정리를 아시는 분인 것을 보면 평범한 블로거는 절대 아니라고 느꼈었습니다) 그냥 보기만 했었습니다...... 오랜만에 옛날 글들까지 보다가요..

    말씀하신 인용문의 드라이든의 이름 철자를 어떻게 쓰나요?
  • 별아저씨 2008/05/25 19:51 # 답글

    John Dryden 입니다.

    인용문은 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중 7장 연인과 광인의 글머리에서 가져왔습니다.
  • 별아저씨 2008/05/25 19:52 # 답글

    아 그리고 저도 cherub님 블로그를 자주 방문합니다.
  • 키키 2008/05/27 17:11 # 답글

    그 시인이 누군가요 ??
  • 별아저씨 2008/05/27 18:03 # 답글

    정종목 시인입니다. 요즈음은 주로 동화를 씁니다. 전태일 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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